그림자

2017. 6. 1. 23:19 - 쓰디쓰다

 

그림자

 

우리는 평가된다.
내가 아닌 타인으로부터

 

겨울날 오후 네시의 태양으로부터
우리는 적나라하게 투영되어
담벼락에 낙인된다.

 

나는 어떤 사람
타인의 눈에 그려진 나란 사람
객관적이자 명료한 나의 모습

 

대쪽같은 줄기
삐죽삐죽한 갈기
하지만 그들의 평가엔 색깔이 없다.
검정이 아니면 흴뿐

 

차가운 파랑, 뜨거운 빨강
아니 그 어떤 색이라도 나를 완성하는 것은
또렷한 색깔

 

문득 검정 그림자에 색깔을 입혀본다.
그래야 내가 될터이니

 


<2012년 12월 서울서부트럭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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