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2017. 6. 26. 23:58 - 쓰디쓰다

이제 아기가 나를 보고 "아빠"라고 말한다.

홍길동도 아니고 아빠를 아빠라고 하는 게 뭐가 신기하냐고 묻겠냐마는

"아빠"라고 말하며 싱그럽게 웃는 것이

그렇게 사랑스럽지 아니할 수 없다.

아니 '사랑스럽다' 라는 표현보다 더 이상의 것이 없음이 애석할 따름이다.

 

KBS '동행' 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온 한 꼭지를

캡쳐로 엮은 게시물을 보았다.

지체장애인 아버지와 두 남매 이야기다.

엄마는 몇년 전 가출하고 아버지가 아이들을 홀로 기르고 있다.

 

아홉살 딸은 아빠가 좋다.

아빠가 지체장애이건 가난하건 행색이 남루하건

그것은 딸이 아빠를 좋아하지 아니할 이유는 아니었다.

그냥 아빠니까

나를 사랑해주는 아빠니까 좋다.

 

그래서 아이들이 친구들에게 창피해할까봐

학교 앞에 나오지 않는 아빠를

딸은 기여코 불러내어 친구들에게 소개한다.

아빠가 있다는 것을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것 보다는

그냥 아빠가 웃는 게 좋아서,

그래서 웃는 걸 보고 싶어서 아빠를 불러냈다.

 

아기도 그 소녀처럼 아빠인 나를 그냥 좋아한다.

아기는 내가 웃는 걸 좋아해서

나를 보며 먼저 웃는다.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활짝 웃으면

이내 곧 아빠가 웃음을 되로 돌려줄 것을 아는 듯 말이다.

 

 

[링크 KBS 동행]

http://blog.naver.com/musicvst/220878802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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