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이

2016. 4. 7. 23:36 - 쓰디쓰다

 

멀찌감치 떨어져서 걷길래
모르는 사람인 줄 알았다.
 
할아버지는 걸으면서
앞에다 대고 혼잣말을 했다.
말소리가 끝이나자
이번엔 뒤에 있는 할머니가 말을 한다.
 
둘은 서로 바라보지는 않지만 대화를 하고 있었다.
차가운 겨울 바람은 추위와
그들의 생각을 서로의 귓바퀴로 전달했다.
행여 남이 볼까 부끄러워 그랬을까?
어쩐지 둘의 귀가 빨갛다.(왼쪽, 2002년)

  
꼬마는 자신의 생각을 또랑또랑 우겨댄다.
그래도 존댓말로 꼬박꼬박하니
떼쓰는 것조차 밉지 않다.
 
하지만 정작 할머니
아랑곳않고 꼬마를 뒤에 내버려둔채 저멀리 먼저 가신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분명 꼬마를 태우고
앞세웠던 유모차를 밀며.
 
유모차엔 봄나물이 가득하다.(오른쪽, 2013)
 
 
* 왼쪽 : 2002년 1월 예술의전당~사당역 사이
  오른쪽 : 2013년 4월 수유리 한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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