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2016. 8. 23. 22:54 - 쓰디쓰다

 

 

 

어떤 상처
'다모'의 이서진이 말했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내 친구 박지호가 말했다.
"아프냐? 그럼 거기가 운동되는거다."

운동이 힘들어하는 후배를 다그치며 한 말이다.

어쩌면 맞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말하던 누군가도 그랬다.

상처는 우리를 성숙시키고, 더 단단하게 만든다고
우리는 이 말을 믿고 여지껏 살아왔다.
아픔을 질끈 감고, 곧 이겨내리라 믿으며

뼈는 부러지면 더 단단해진다.
부러진 뼈에서 나온 진액이 뼈를 더 두텁게 만들기 때문이다.

근육을 키우는 보디빌더들은
무거운 바벨을 들어올림으로써 근육에 조금씩 상처를 낸다.
그리고 얼마간의 휴식으로 근육은 점점 두꺼워지고 강해진다.

사람들은 우리가 입은 상처가
뼈나 근육처럼 지나고 나면 아무렇지 않고
오히려 더 강해질 거라고 말한다.

그런데 어떤 아픔은 가시질 않는다.
다 나았다고 믿었는데, 비가 오면 욱씬대고,
작은 충격에도 시려온다.

이상하지?

우리는 뼈가 아니라, 근육이 아니라
인대를 다친 것이었다.

늘어지고 너덜해진 인대는 휴식을 취한다고 해서
원래 기능으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 쇠락한 채로 나은 것 뿐이다.
뼈대 있는 마음, 근육 같은 마음도 있지만
마음에도 인대가 있다.

다치면 결코 백퍼센트 제 기능을 찾지 못하고
날이라도 흐리면 마디마디 아려오는
아쉽게도 우리 마음은 어디가 어떻게 다쳤는지
바로 알 수 있는 MRI가 없다.

방금 어떤 상처를 입었는데
이 곳이 뼈인지 근육인지 인대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서럽게 아프기만 할 뿐

이 상처가 장차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지
아니면 계속 아려올지 모르지만
분명한 건 사랑하는 사람이 쓰다듬는 따뜻한 손길이
아픔을 좀 더 가시게 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사랑을 하는 이유며,
또 사랑을 해야할 이유인 것이다.

 

 

<2014년 5월, 인천 옥련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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