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젊음

2017. 2. 23. 22:28 - 쓰디쓰다

 

 

계단은 올라가라고, 혹은 내려가라고 있는 법이다.

그런데 이 젊은이들은 그냥 앉아있다.

 

종이컵 커피나

캔맥주가 담긴 비닐봉투를 손에 들고

둘이면 둘, 셋이면 셋

계단으로 모여든다.

 

위로 오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쉬기 위해서, 이야기를 나누러 온다.

어디를 가려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계단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계단은 수단이 아닌 목적이다.

 

계단 맨꼭대기에 누워서 하늘을 본다.

나를 둘러싼 겨울바람 같은 현실은

낮동안 따뜻하게 데워진 돌계단위에서

슬며시 녹아내린다.

 

청명한 하늘, 솜뭉치 구름, 나뭇잎 부비대는 바람소리

재잘대는 연인들, 그들을 부러워라 흘끔대는 예비역

계단의 풍경. 젊음의 쉼터

 

 

사진 2015년 6월, 경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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