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은 혼자서는 반찬을 집을 수 없었다.
비록 자신이 아무리 잘나고
몸통에서 광채가 번쩍이더라도
나머지 한 쪽이 없고서는
쓰임새가 없다.
상대가 푸석푸석 허름하고
몸에도 이런저런 상처로 거칠어
영 어울리지도 않는
짝이 안 맞는 젓가락이더라도
그 놈이 없었더라면
반찬을 집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저렇게 천하태평으로 누워
드르렁 코나 골고 잠이나 자고 있어도
내게는 어쩌면 고마운 놈일게다.
그리고 여기 자기도 짝이 있을 거라
오랜세월을 기다린 한 물건이 있다.
그의 이름은 포크.
그도 상대를 찾아 여러 해를 보냈지만
젓가락들과는 달리
네 갈래로 헝클어진 머리 탓에
다른 젓가락들이 그를 멀리했다.
그래서 그는 짝을 찾는 대신
자신을 날카롭게 단련 시켜야만 했다.
그 뾰족함으로 젓가락들처럼
반찬을 집지는 못 하더라도
반찬의 몸통을 찔러
입으로 가져가게 할 수는 있게 되었다.
꼭 둘이여야만 하는 젓가락
오롯하게 혼자인 포크.
당신은 젓가락일까 포크일까?
음.. 머리가 큰 걸 보니 숟가락인가보다
글 2013년 12월